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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학의 기본 원리

 역학(mechanics)은 물체(body)에 작용하는 힘(force)과 운동(motion)에 관한 학문이다. 역학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뉴턴의 운동법칙(Newton's law of motion)을 기본 법칙으로 한다. "광속에 가까울 때는 안 맞는데요?"라고 묻는다면 훌륭한 학생이다.

 

 자연법칙(laws of nature)이라고 하는 것은 그 이유가 어떻게 됐던지 내가 알 바 아니고 그저 관찰을 통해 경험적으로 일반화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뉴턴의 법칙은 뉴턴이 어떤 운동하는 물체가 보이는 현상을 유심히 관찰한 뒤 귀납적 추론을 통해 그 현상을 꽤 잘 설명하는 법칙을 정립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y) 역시 떨어지는 사과를 관찰하여 꽤 잘 맞는 설명을 한 것이고 중력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뉴턴이 알 바 아니었던 것이다.

 

 뉴턴도 몰랐던 중력의 원인은 훗날 아인슈타인 선생님이 특수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했다. 아무튼 속도가 0에 가깝다면(광속에 비해서 아주 작다면) 뉴턴의 법칙은 간결하면서도 여전히 잘 맞아서 다리를 놓고 건물을 짓고 기계를 설계하는 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아래 식이 특수 상대성이론의 로렌츠 인자(Lorentz factor)이고 시간의 팽창이나 길이의 수축, 질량의 증가를 다룰 때 쓰이는 것이다. 여기에서 속도 v가 아주 작으면 로렌츠 인자는 1이 되어 고전 물리학과 거의 같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γ=11v2c2

 

2. 뉴턴의 운동 법칙

2.1. Newton's 1st law: v=constant

 뉴턴의 제1법칙은 관성(inertia)의 법칙이다. 물체에 작용하는 알짜힘(net force)이 0이면 물체는 가속하지 않고 원래 속도를 유지한다. 즉, 멈춰있던 물체는 계속 멈춰있고 (v=0) 어떤 속도로 움직이던 물체는 그 물체의 원래 초기 속도 v0를 계속 유지하면서 움직인다는 뜻이다. 알짜힘이 0이라는 것은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 평형상태(equilibrium)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Fnet=Fn=0v=v0

 

 

그림 1. 관성의 법칙. 알짜힘이 0이면 신경 안 쓰고 가던대로 간다.

 

2.2 Newton's 2nd law: a=F/m

 뉴턴의 제2법칙은 가속도(acceleration)의 법칙이다. 물체의 가속도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F)에 비례하고 물체의 질량(m)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물체에 힘을 가할수록 가속도는 커지고 무거울수록 가속도는 줄어든다. 흔히 F=ma로 생각하지만 엄밀하게 제2법칙은 가속도의 법칙으로 a=F/m이 맞다. 원전에는 운동의 변화는 물체에 가해진 힘에 비례하고, 힘과 같은 방향으로 동일 선상이 된다고 쓰여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운동의 변화가 속도의 변화를 의미하고 그것이 가속도가 된다.

dvdt=a

 

 그렇다면 힘이라는 것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가속도는 힘과 질량에 대해 각각 비례와 반비례 관계이므로 어떤 비례 상수가 있을 것인데 그냥 편의상 비례 상수를 1이라고 정의해버렸다. 따라서 1kg의 물체를 1m/s2로 가속하는 물리량을 힘(force)이라고 정의하고 단위는 뉴턴(N, Newton)이라고 한다. 이것은 알짜힘이 0이면 운동의 변화도 없다는 것을 설명하므로 사실상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을 포괄한다.

F=ma

 

 

그림 2. 가속도의 법칙. 가속도는 힘에 비례하고 무게에 반비례한다.

 

 

 여러분은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수레에 추를 올려놓고 용수철 저울에 걸어 잡아당기는 실험을 해봤을 것이다. 실제로 프린키피아에서 이 실험을 예로 들면서 아래 수식을 얻는다는 것을 설명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자연스럽게 뉴턴의 제3법칙이 유도된다.

F=mdvdt

 

2.3. Newton's 3rd law: R=F

 뉴턴의 제3법칙은 작용(action)과 반작용(reaction)의 법칙이다.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있으면 대응하는 반작용 힘이 있고 그 크기는 같으며 방향은 반대이고 동일 선상에 있다.

 

 미끄러운 길에서 영희가 철수를 놀려주려고 세게 밀었다. 이때 철수를 밀어낸 힘과 같은 크기로 철수도 영희를 밀어 버리는 반작용력이 발생해 자칫 더 가벼운 영희가 나자빠질 수가 있다.

FA,B=FB,A

 

 

그림 3. 작용-반작용의 법칙

 

 

 뉴턴은 말이 돌을 끌 때 줄이 당겨졌다 풀어졌다 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말과 줄, 줄과 돌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것을 보고 프린키피아에 작용과 반작용을 설명했다. 참고로 지금까지 화살표로 벡터의 방향을 표시했기 때문에 벡터의 값은 모두 양수로 생각하고 쓴 것이다.

 

3. 역학의 종류

 역학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고전역학(classical mechanics)과 응용역학(applied mechanics)으로 나눈다.

3.1. 고전역학

 고전역학은 다시 정역학(statics)과 동역학(dynamics)으로 나눌 수 있다.

 

 정역학은 정적 평형 상태(static equilibrium)에 있는 시스템(system, 계)을 다루며 반작용을 포함한 시스템의 자유 물체도(free body diagram, FBD)을 그리고 평형 방정식(equation of equilibrium)을 세워 내외부의 상호작용을 다룬다. 관심사는 주로 반작용 또는 내력이다. 평형 방정식은 뉴턴의 제1법칙에 해당한다.

F=0M=0

 

 동역학은 동적 평형 상태(dynamic equilibrium)에 있는 시스템을 다루며 동적 평형상태는 정적 평형상태에 관성력(inertia force)이 추가된 것으로 물체의 움직임과 힘의 관계를 다룬다. 관심사는 주로 속도와 가속도이다. 평형 방정식은 뉴턴의 제2법칙에 해당한다.

F=maM=Iα

 

 고전역학에서 해석 모델(analytical model)은 실제 물체를 단순화(simplification)하여 표현한다. 예를 들면 강체(rigid body)나 질점(particle with mass)으로 물체를 표현한다.

 

3.2. 응용역학

 응용역학은 고체역학(mechanics of solid)과 유체역학(mechanics of fluid)으로 나눌 수 있다.

 

 고체역학은 변형체(deformable body)를 정역학을 이용해 다루고, 유체역학은 변형체를 동역학을 이용해서 다룬다. 유체역학은 잘 모르겠고 고체역학은 재료역학(mechanics of materials), 재료강도학(strength of materials), 변형체 역학(mechanics of deformable bodies)이라고도 한다.

 

 응용역학은 고전역학과 마찬가지로 평형 방정식을 통해 물체 내외부의 상호작용을 찾는다. 차이가 있다면 응용역학의 해석 모델은 실제 물체를 변형체로 가정하고 물체의 변형을 다룬다.

 

4. 재미있는 이야기

 잡설을 조금 더 하자면 뉴턴은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세 권으로 나누어 집필했다. 이 중 제1권은 진공 중에 있는 물체의 운동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여기에서 운동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한다. 이것은 뒤에 설명할 정역학과 동역학에 해당한다. 제2권은 저항이 있는 경우 물체의 운동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응용역학 중 유체역학에 해당한다. 제3권은 수학을 이용해 천문 등 자연을 설명한 것이다. 프린키피아의 구성을 살펴보니 역학의 기본을 뉴턴이 다 만들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턴은 본인의 역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운동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할 때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추론한 것인지 설명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주워들은 것처럼 말하냐면 라틴어로 쓰여있어서 원전을 직접 읽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저술할 당시 1687년에는 말은 영어로 하고 글은 라틴어로 썼다고 한다. 영국도 마치 조선시대처럼 말과 글이 달랐던 것이다.

 

 행성 운동이 타원을 이룬다는 케플러의 법칙(Kepler's laws of planetary motion)이 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시력 천재 티코 브라헤의 제자였다. 티코 브라헤는 소변을 참다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뛰어난 시력으로 방대한 천체 관측 자료를 남겼다. 케플러는 이 자료들을 연구한 끝에 행성 궤도가 타원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케플러 역시 현상을 관찰한 자료를 바탕으로 귀납적인 추론을 통해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 세 가지 법칙을 발견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법칙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행성은 태양을 초점 중 하나로 하는 타원 궤도로 공전한다. 둘째,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선분이 같은 시간 동안 쓸고 지나가는 면적은 같다. 셋째, 행성 공전 주기의 제곱은 궤도의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아무튼 이 타원 궤도는 당시에는 아주 획기적인 것이었는데 인류 역사 이래 천년이 넘도록 행성은 원운동을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칙이 발표되고 얼마 뒤 에드먼드 핼리라는 혜성 찾기 전문가가 뉴턴을 만났다. 만유인력이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면 행성 궤도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묻자 뉴턴은 즉시 타원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핼리가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뉴턴이 한 말, "응 이미 20년 전에 계산해봤어." 깜짝 놀란 핼리가 왜 그런 걸 짬 시키냐고 뉴턴을 설득해서 출판한 것이 프린키피아라고 할 수 있다. (20년 동안 묵혀둔 이유는 빛이 파동이냐 입자냐를 놓고 싸우다가 삐져서 학회 안 나감)

 

 위에서 언급했듯이 프린키피아에서 제2권은 저항이 있을 때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한다. 사실 이 부분의 목적은 우주에 저항이 있다면 경험적 사실인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우주는 저항이 없는 진공이어야 실제 행성의 공전 주기가 설명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예나 지금이나 주류에 반하면 욕 얻어먹고 사라지기 때문에 케플러의 법칙도 한동안 빛을 못 보지 못했다. 뉴턴은 그런 케플러의 법칙을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증명해주고 기존의 우주관도 까준 것이다. 우리는 과학 시간에 마이켈슨과 몰리가 전설 속의 에테르가 없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배웠다. 사실은 이 빛의 매질이라고 믿어왔던 에테르가 존재한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는데 마이컬슨 혼자서는 실패하고 실험 잘하는 몰리까지 꼬셔서 다시 했는데도 안됐던 것이다. 둘은 이렇게 위대한 실패를 하고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무려 1800년대 후반이다. 뉴턴은 이미 1600년대에 머릿속에서 '아닐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데카르트의 물질로 꽉 찬 우주관을 대차게 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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