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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격 응답 스펙트럼이 뭘까

충격응답스펙트럼(SRS, Shock Response Spectrum)은 말 그대로 충격과 같은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의 응답을 주파수 기반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충격과 같은 이벤트'라고 한 것을 조금 더 일반화해서 다시 설명해보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하중이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응답을 주파수 도메인에서 관찰한 것이 SRS다. 여기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하중은 지진도 될 수 있고 폭탄이 터지는 것일 수도 있고 충돌도 있을 것이다. 시간의 느리고 빠름은 상관없다.


 보통 SRS는 환경시험 스펙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SRS에 해당하는 충격을 제품에 가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진동 시험 규격으로 주어지는 값들은 대개 입력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SRS도 입력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렇지만 사실 SRS는 응답이다.


 먼저 스펙트럼(spectrum)이라고 하면 무엇인가를 주욱 늘어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빛의 스펙트럼이라고 하면 빛을 구분해서 좍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사실 주파수에 따라(파장이라고도 하고) 색깔이 나뉘기 때문에 주파수 도메인에서 늘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Shock Response Spectrum이라고 하면 충격에 의한 '응답'을 좍 늘어놨다는 것이다. 물론 주파수에 따라서 늘어놓은 것이다. 여기에서 이 주파수가 흔히 생각하는 주파수 도메인의 의미가 아니고 좀 다른 의미를 갖는데 천천히 알아보자.

 

2. 조금 더 자세히

 탱크에 사용하는 포탄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포탄이 탱크에 가하는 충격 환경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막 탱크를 설계하는 입장이어서 아직 이 시스템의 특성이 어떻게 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더욱이 설계와 제작 과정에서 충격 시험을 한답시고 만들고 있는 탱크에 포탄을 직접 때려볼 수도 없으니 무언가 다른 방법으로 충격을 모사해서 가해줘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SRS이다. SRS는 임의의 충격 하중이 가해졌을 때 어떤 단자유도(SDOF, Single Degree of Freedom) 시스템의 응답을 표현한 것이다. 이때 단자유도 시스템의 고유 진동수에 따라 응답의 최댓값(peak)이 발생하는 주파수와 그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 고유 진동수에 따라 피크들을 죽 늘어놓으면 SRS가 된다.


 충격 하중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은 이미 고유 진동수를 알고 있는 Mass-Spring-Damper 시스템을 만들어 충격을 가하고 그때의 가속도 응답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시스템의 고유 진동수를 바꿔 가면서 응답을 확인해 최댓값을 확인한다. 이때 Q factor는 항상 일정하도록 damping ratio를 조정해야 한다. 이제 그래프의 가로축을 '고유 진동수'로 놓고 세로축에는 각 고유 진동수에 해당하는 '시스템의 응답 중 최댓값'만 찍어서 연결하면 SRS가 되는 것이다.

그림1. 단자유도 mck-시스템

 

m¨x+c˙x+kx=F(x)

특성 수식
고유 진동수 (natural frequency) fn=12πkm
감쇠비 (damping ratio) ζ=c2km
품질 인자 (Quality factor, Q factor) Q=12ζ


 이렇게 SRS를 그려보니 이것이 하나의 시스템에 대한 응답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서로 다른 고유 진동수를 갖는 무한개의 시스템이 특정 충격 입력에 대해 나타내는 응답 중 최댓값만 쭉 나열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SRS에는 크기(magnitude) 정보만 있고 위상(phase)은 없다. 그리고 퓨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처럼 하나의 시간 이력 응답을 주파수 도메인으로 변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변환도 없다.


 사실 요즘에는 저렇게 mck 시스템을 만들어서 일일이 시험하지는 않는다. 대개 충격이 가해지는 접속부(interface)에 가속도계를 설치해 입력 하중을 얻는다. 그리고 흔히 아는 '충격 입력을 갖는 단자유도 시스템 상미분 방정식'에 콘볼루션(convolution)을 이용해 이 입력에 대한 응답을 구하고 최댓값을 찾는 것이다. 상미방 시스템의 고유 진동수를 바꿔 가면서 계산을 여러 번 하면 된다.

 

3. 왜 이런 방법을 사용할까?

 시험 규격을 정할 때 서로다른 두 환경이 역학적으로 동등한지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 구조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 환경 조건을 실제 구조물의 '응답'을 통해서 직접 설명한다.
2. 구조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때
→ 환경 조건을 간단한 단자유도 시스템의 '응답'을 통해서 설명한다.

 

 첫 번째 경우에는 어떤 서로 다른 두 환경이 동등한지 실제 구조물의 응답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판단한다. 경험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구조물일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우는 실제 구조물을 잘 알지 못할 때, 단자유도 시스템을 대신 이용해서 응답이 어떻게 나타날지를 간접적으로 비교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떤 환경이 동등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응답'이다. 일부 설계자들의 경우 단순히 '입력'의 크기만을 비교함으로써 환경이 동등한지를 비교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응답은 응답이고 마치 입력이 환경을 온전히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입력을 직접 비교하면 시험의 특성에 따라 아주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될 수 있다. 이때는 응답을 비교해서 동등성을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SRS 역시 두 번째 방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응답을 통해 환경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무작위 진동(random vibration)의 경우에도 입력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SRS와 유사한 접근 방법인 VRS(Vibration Response Spectrum)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VRS는 RRS(Random Response Spectrum)라고도 한다. 무작위 진동 역시 충격과 마찬가지로 넓은 주파수 밴드의 입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하중이라는 점에서 시간의 짧고 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실상 비슷한 것이기 때문이다.

 

4. 여러 가지 충격 응답 스펙트럼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회사에서 사준 비싼 툴로 충격 응답 스펙트럼을 어떻게 해보려니까 여러 가지 옵션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는 그런 거 써본 적이 없지만 분명히 있을 것이다.

1. MaxiMax
2. Maximum Absolute Primary
3. Maximum Positive Primary
4. Maximum Negative Primary
5. Maximum Absolute Residual
6. Maximum Positive Residual
7. Maximum Negative Residual


어기서 Maximum은 계속 들어가니까 안 붙이기도 한다. 간단한 충격 시험인 Drop table test를 생각해보자. 무거운 쇳덩이에 시험하고픈 샘플을 달아 놓고 쇳덩이를 들었다가 떨어 트리면서 바닥이랑 쿵하면 충격이 가해지는 그런 시험이다. 이런 drop table test를 하면 보통 half sine 파를 충격 입력으로 가정하게 된다. 시간 도메인에서 입력을 보면 위로 봉긋한 반파장의 사인파가 들어가고 이때 이 반파장의 길이를 test duration이라고 한다. 시험 중에 입력 하중이 작용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샘플에 붙여 놓은 가속도계로 응답을 보게 되면 test duration 이후에도 계속 출렁출렁하면서 움직임(motion)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처음 test duration 동안의 응답 부분을 Primary instance라고 한다. 나머지 뒷부분 그러니까 입력이 없는데 자연 감쇠 중인 부분은 Residual instance라고 한다.


 Primary instance 부분에서 양의 방향으로 최댓값을 모아서 그래프를 그리면 Maximum Positive Primary SRS가 된다. 반대로 음의 방향으로 최댓값을 모아서 그리면 Maximum Negative Primary SRS가 되는 것이다. 방향을 따지지 않고 절댓값의 최대를 그래프로 그리면 Maximum Absolute Primary SRS가 된다. 마찬가지로 Residual 부분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대개 응답을 보면 위아래 대칭으로 나오기 때문에 positive나 negative나 absolute나 다 거기서 거기로 나온다. 그러면 맞는 것이다. positive와 negative가 차이가 나면 뭔가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아마도 센서에 DC-offset이 있어서 비대칭이 발생했을 수 있다.


 MaxiMax는 최댓값 중 최댓값 그러니까 Primary, Residual을 상관하지 않고 전체 중에 절대 최댓값을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 SRS에 별 말 없으면 MaxiMax를 제일 많이 쓰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왜냐하면 drop table test 같은 경우에는 input이 반파장으로 정확히 나타나기 때문에 Primary instance와 Residual instance를 구분해내기 쉽지만 대부분이 충격은 입력 하중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SRS는 다음과 같이 사용한다.

1. MaxiMax로 나타낸다.
2. loglog로 그리고 octave band 마다 6점을 그린다. 더 많이 해도 상관없지만
3. Q=10 (5% 감쇠비, ζ=0.05)을 주로 사용하고 Q-factor를 SRS 그래프에 표기한다.

 

5. 시험 방법

 시험 방법은 실제로 폭탄을 터트리거나 충돌을 시키는 방법이 있고 기계적인 충격을 주는 방법이 있다. 기계적 충격을 주는 방법은 떨어트리거나, 쇠구슬을 발사해서 때린다던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진기를 이용해서도 시험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시험을 하던지 입력단의 신호를 SRS로 비교해 봤을 때 서로 결과가 유사하다면 같은 만큼의 충격 하중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 이제 알았으니 환경시험 규격에 SRS가 있으면 어떻게 시험을 해야 할까? 충격 시험기는 준비되어 있는데 입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방법은 일단 아무렇게나 적당한 하중으로 한번 때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과 시험기의 접속부(interface)에 붙여 놓은 가속도 센서로 제품에 가해진 '입력 가속도'를 얻은 뒤 SRS를 구한다. 그럼 이 충격 하중에 대한 충격 응답 스펙트럼을 구한 것이다. 이 SRS와 환경시험 규격에 있는 SRS를 비교해서 환경시험 규격과 동등한 수준이거나 더 높으면 시험은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다. 만약 차이가 난다면 강도를 높이거나 줄여서 시행착오를 통해 맞춰 간다.


 보통 환경시험환경시험 규격은 한번 꺾인 형태의 SRS를 준다. 이 꺾인 부분이 무릎과 같다고 해서 knee frequency라고 하고 충격 시험기의 공진판 등을 조절해서 knee frequency가 환경시험 규격과 비슷한 곳에 있도록 조절하면 된다. 실제로 시험 후 SRS를 구해보면 구불구불 난리가 나기 때문에 보통 환경 시험 규격의 ±6dB 내에 있으면 넘어간다. 위아래로 두배씩 차이나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두배라고 하니까 굉장히 커 보이지만 실제로 SRS의 요동이 그 정도는 쉽게 넘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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